< 명징하게 직조한 '여행의 이유' >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을때도 느낀건데 확실히 나는 김영하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책을 놓아버리고 싶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이번 여행의 이유도 역시나 별로였다. 특히 책의 첫장을 보자마자 읽기 싫어졌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에 그 이유를 명확히 알게됐다.
첫 페이지를 열면 이런 문장이 있다.
'엄중한 순간에 던져지는 이런 사소한 질문에 대해, 그 기묘한 효과에 대해, 직업적 호기심으로 생각해보곤 한다.'
첫번째 이유는 이런 문장들 때문이였다.
차라리 뺐으면 좋겠다 싶은 이 문장, 직업병이 도졌다, 라는 쉬운표현이 있을텐데
이걸, 호흡을 끊고, 마치 내가 작가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게, 엄청 인사이트 있으니 잘 들어봐, 라는 느낌으로 쉼표를 넣어서 호흡을 의도적으로 끊고 문장을 써서 거부감이 확들었다.
지난달 평론가 이동진의 기생충 한줄평이 '뭐 이리 낯선단어들을 썼어?'라고 느껴져서 반감으로 유명세를 탔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요즘은 B급감성과 문화가 대세라서 그런지 이런문장을 읽어가는건 꾸역꾸역 밥을 먹는 느낌이였다. 그렇게 거부감이 느껴져서 첫날은 첫페이지만 읽고 덮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표현들은 일상적인것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것을 알게된것같은 표현들인데
이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신기하거나 재밌거나 하지않고 표현을 작가스러운 언어로 포장하려고 느껴져서 엄청 거부감이 들었다.
즉, 이동진의 평가에서 느껴지는 그런 허세감이 김영하 작가의 책 전반에 깔려있다.
물론 독자들이 읽기 쉽게 더 적확한 표현이 있음에도 쉬운 표현과 문장으로 바꾸고 작품세계의 묘사까지 포기하면서까지 독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책을 따라가면 '나는 이런 단어들도 쓸 줄 알아'라는 느낌을 계속 받는건 확실히 표현이 투머치하기 때문.
< 나 요즘 잘 나가는 작가임 아.시.겠.어.요? >
두번째 이유도 역시 비슷한 맥락이긴 하다.
이 책에 하나의 챕터로 잘 나와 있다. '노바디의 여행' 오디세우스처럼 이분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인정받고 싶으면서 쿨한척도 하고싶은 사람이라는 느낌이든다. 자의식 과잉된 작가라고 해야하나, 자신을 요즘 잘 나가는 작가라고 강조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느낌을 주려고 굳이 이야기 하는 부분들이 읽는 내내 거슬렸다.
예를들면 나는 이곳 지리를 잘 몰라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내가 강남에서 30년 살아서' 강북쪽 지리같은건 잘 몰라 이런 느낌이 있는데 제발 글에서 힘을 좀 뺐으면 좋겠다.
힘 많이 빼고 요즘 인기있는 유튜버 '구도 쉘리'처럼 내가 김영하에요 그 알쓸신잡에 나온 작가라구요 아.시.겠.어.요? 라고 했으면 귀여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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