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 깊어질 무렵, 엄마가 창문을 가리키며 속삭였어요.
“지아야, 오늘 밤은 뭔가 특별한 것 같지 않니?”
지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창밖을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어? 달이 어디 갔어요? 혹시 구름 뒤에 숨은 걸까요?”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어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인데… 이상하지 않니?”
지아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망원경처럼 눈에 대고 하늘을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으음… 설마! 달토끼가 달을 잃어버린 걸까요? 아니면 달이 우리한테 화가 난 걸까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우리 늑대 아파트에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볼까?”

그날 밤, 늑대 아파트는 마치 거대한 오븐처럼 뜨거웠어요. 에어컨도, 선풍기도 모두 멈춰버렸지요.
늑대 가족들은 창문을 활짝 열었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어요.
“으으, 너무 더워요!”
“땀이 주르륵 흐르잖아!”
그런데 그때, 아파트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 달이 없어졌어!”
“밤이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
지아도 깜짝 놀랐어요. 평소 같으면 밤하늘 한가운데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을 달이… 사라져 버렸어요!
특히 503호에 사는 늑대 할머니는 창밖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지아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할머니! 우리도 503호예요! 우리 이웃이네요!”
늑대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 같은 층에 사니까 힘을 합쳐야겠지?”

지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요.
“그럼 그 녹은 달 물은 어디 갔어요?”
늑대 할머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부엌을 가리켰어요.
“사실은 내가 그걸 받아서 시원한 샤베트를 만들었지.”
지아는 깜짝 놀라며 손뼉을 쳤어요.
“진짜요? 달샤베트라니! 맛은 어떤 맛일까요? 하늘 맛? 별빛 맛?”
늑대 할머니는 지아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데려갔어요. 차가운 달 물이 담긴 유리그릇, 탐스러운 과일들이 놓여 있었어요.
지아는 신중하게 과일을 골라 잘랐어요. 손끝에 전해지는 시원한 감촉에 온몸이 기분 좋아졌어요.

“이건 꼭 마법 같아요!”
잠시 후, 늑대 할머니가 커다란 그릇을 들고 말했어요.
“얘들아, 녹아버린 달 물로 내가 샤베트를 만들었단다. 한 입씩 먹어볼래?”
지아는 작은 접시에 샤베트를 담아 이웃들에게 건넸어요.
“여기요! 한 입 드셔 보세요!”
늑대 아파트의 이웃들도 하나둘씩 모여 달샤베트를 맛보았어요.
달콤한 샤베트가 혀끝에서 사르르 녹으며 더위를 씻어주었어요.

그때,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할머니와 지아가 소리를 따라가 보니, 별을 만드는 달토끼 두 마리가 작은 달 조각을 품에 안고 울고 있었어요.
“늑대 할머니, 달이 너무 뜨거워져서 녹아버렸어요. 그래서 우리가 별을 만들 수 없어요.”
지아는 손을 가슴에 꼭 대고 놀란 표정을 지었어요.
“달이 사라지니까… 별도 만들 수 없어요?”
달토끼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달이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렸어요.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다음 날, 늑대 할머니는 남은 달 물을 작은 화분에 부었어요.
지아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어요.
“할머니, 이 물로 뭘 하려고 하세요?”
할머니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이 물로 달맞이꽃을 키울 거란다. 이 꽃이 피면 밤하늘을 다시 환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달토끼 두 마리도 힘을 보태기로 했어요. 지아와 달토끼들은 작은 물뿌리개를 들고 매일 정성껏 달맞이꽃에 물을 주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밤, 드디어 꽃이 활짝 피었어요!
꽃잎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점점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지아는 손을 흔들며 외쳤어요.
“와아! 달이 다시 생겨요!”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사이, 달맞이꽃은 점점 커지더니 하늘 높은 곳에서 환하게 빛나는 커다란 보름달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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