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였습니다. 특히 첫번째 챕터인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에 있는 6편의 소설이 많은 생각을하게 했습니다.
< 어른의 인간관계 >
대학교를 졸업하며 학창시절의 완전한 마침표를 찍게되는 순간 그동안 배우고 익혀온 인간관계에서는 없었던 '관계의 거리'이라는 것이 새롭게 들어와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했습니다.
어른의 인간관계 - 옛 친구과의 거리감(규카쓰를 먹을래)
아무리 친한친구들이라도 사회생활을 시작하게되면 만남이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일하느라 시간도 없어지고 물리적으로도 멀어지면서 일상적으로 만나던 친구들이 구태여 찾아야만 서로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줄어드는 만남고 연락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거리감'
이 거리감을 못견디지 못하고 예전처럼 모든것을 공유해야하는 관계는 유지하기 힘들었고, 관계안에 거리감을 받아들이고 공존하게된 친구들간의 관계는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규카쓰를 먹을래'의 희소한 세자매의 여행도 (결론은 잘 마무리 되었지만) 각자의 삶이 달라지면서 점점 커져가던 '거리감'이 갈등의 씨안이 되었습니다.
어른의 인간관계 - 적당한 거리의 사람(미국식 홈비디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의 여유(혹은 거리)가 생겨나는것과 함께 함께 낯선 사람이 나의 영역안에 들어오는 포용의 범위가 늘어났습니다
마치 나라는 사람이 감내 할 수 있는 관계의 총량이 있는것처럼 예전이라면 연락하지 않았을만한 사람들과 적당한 관계를 맺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예를들어 친하지 않던 고등학교 동창, 학교에서 두세번정도 본 적있는 선후배같은 거리의 사람들이 약한 유대의 영역으로 한발자국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소설속에서 찾아보자면 '미국식 홈비디오'에 나온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와 손님들이 적당한 거리감있는 그런 관계인것 같습니다.
어른의 인간관계 - 갈등을 대하는 방식(파리 살롱)
어릴때는 친구들과 다투고 화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지만 어른의 관계는 회복력도 신체처럼 늙어가는지 관계를 끝내는것이 너무나도 쉬워집니다.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겼을때 한쪽이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다른 상대의 노력없다면 십년이 넘게 지낸 친구지만 다시 회복하는것은 쉽지 않습니다.
소설의 '파리 살롱'에서는 저녁약속에 나오지 않은 친구에게 화내거나 욕하지 않않습니다.
그저 약속을 어긴 친구를 빠르게 손절하는것이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아주 쉬운 방법입니다
정말로 친하고 좋아해서 계속 함께하고 싶은 사이라면 싫은 부분 감내하고 상대를 위해 맞추기 위해 힘쓰겠지만 일반적인 관계에선 삶이 피곤하고 바쁘다는 아주 좋은 핑계로 공연히 힘쓰기보다는 연을 끊는 손쉬운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의 틈도 없던 절친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그 자리는 에너지를 좀 덜 써도되는 적당한 거리의 친구들로 대체되어 갑니다.
문제는 이런 쉬운 관계들로 주변을 채워가는것은 편리하지만 마음에는 허전함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절친했던 친구들은 성격이 아무리 나랑 맞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 되기 때문에 관계의 상실은 마음의 커다란 빈공간을 만들게됩니다.
< 짧지만 여운있는 소설집 >
김금희 작가, '경애의 마음'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언젠가 한번 사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256페이지 19편의 경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을 정리해보려고 다시금 목차를 쭉- 보았는데 평균 10쪽이 조금 넘는 짧은 단편들이여서 그런지 한편한편의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일주일도 안지났는데 스토리들도 조금씩 뒤섞이고 등장인물들도 뒤섞여 버린채 느낌들로만 남아있습니다.
< 춤을 추며 말없이 >
그래도 위에서 '어른의 인간관계'에서 언급한 3편과 '춤을 추며 말없이'는 기억에 남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 전의 단편들이 일상을 배경으로 하다가 뜬금없이 로봇이 등장합니다. 굉장히 오래된 구형 대화형 로봇인데 꼭 그 아나로그 티비같습니다.
예전 아나로그 티비를 볼때 화면이 잘 안나오면 옆을 한대씩 툭툭 쳐주던것 처럼 기계라는것도 어느정도 발전되기 이전의 것은 좀 어설픈면이 있는듯
너무 오래되어 수리도 못하는 이 로봇은 부족한 면이 많아서 설명하기 힘든 인간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설픈 로봇의 아나로그스러움이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예전에 보았던 웹툰 '삼단 합체 김창남'이 중간중간 많이 생각났습니다.
< 마치며 >
어렵지 않고 재밌어서 앉은자리에서 반나절동안 휙휙 쉽게 읽은 소설입니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던 등장인물 '소영'은 두번의 소설에 등장하는데 이 인물의 묘사를 보면 김금희 작가 본인인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한번은 단편집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다니는 작가 지망생, 또 한편은 '규카쓰를 먹을래'의 희소한 영자매에 등장하는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
마침 규카쓰는 원피스를 돌려줘와 함께 마음산책의 네이버 포스트에 오디오북과 함께 전문이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김금희 짧은 소설 오디오북] 규카쓰를 먹을래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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