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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Book

[책리뷰] 김초엽, 우리가 빛의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한줄평 : 단절과 그리움에 관한 블랙미러같은 SF소설



- SF소설과 인문학

SF인문학은 어떤 느낌일까?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소재(과학)로 메세지(그리움)를 다루는것 같지만
책을 읽다보면 요즘 세상에 그리움을 이야기하기에 우주라는 곳만큼 좋은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것에 대해 알기위해서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의 과학실험을 하듯
우리의 감정도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는것이 본질을 탐구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것 같다.

드라마 블랙미러에서 기술이 가져오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보여주는 철학적 질문들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미등록자가 국가에서 DNA를 수집하게 되면 벌어질 사건을 이야기하듯,
이 책은 새로운것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할 수 있는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기술과 그리움의 가치

그리움을 너무 빨리 해소할 수 있어서 그리움의 가치가 떨어졌다

스마트폰이 생기고난 뒤부터는 고독함을 곱씹어 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않는다.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더라도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동시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추억을 회상하는, 관계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애타게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너무 쉽게 안부를 물어 볼수 있게 되었다.

배고픔 느끼면 인스턴트 푸드로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움 마저 카톡 메세지 하나로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되니
넓어진 관계에 반비레하여 그리움의 깊이는 얕아진 느낌이 든다.

동시에 같은 공간안에 있는 사람과는 몸만 같이있고 마음은 다른곳에 쉽게 가버릴 수 있어서
무척 외롭지는 않지만,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세상이 된것같다.

- 관계의 음영지역

7편의 단편으로 구성 된 이 책의 제목과 이름이 똑같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여행 기술의 발전으로 오히려 가족과 생이별한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술의 발전으로 무궁화호에서 KTX를 타고 다니면서 승객들이 별로 없는 기차역들은 폐쇄되듯
먼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기술의 발견으로 더이상 운영하지 않게 된 행성은 폐쇄된 기차역같다.

공간은 확장되었지만 통신이 완벽히 닿지는 못해서 음영지역이 된 상황.

김초엽 작가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글을 써서 마치 2000년대 초반처럼 해외여행은 자유롭지만 로밍은 제대로 안돼서 연락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을 생각하게 한다.

SF를 보여주며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거나 완전히 세로운 세상을 보여주는데 애쓰기보단 그 세상속의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한 점 때문인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때 딱딱한 제목과는 너무 대비되는 핑크핑크한 책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는데 완독하고 다시 표지를 보니 이상하지만 참 적절한 표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

- 핑크핑크한 SF소설

마지막은 다른이야기를 많이 썼다가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싹 지웠다.

누군가 이 책을 쓴 작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 2016년도 인터뷰 보여주고 싶다.

"대학내일 : 감동을 주기 위해 살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