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독의 이유 1, 여행의 의미 >
김영하의 문체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책을 사고, 끝까지 읽게된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재미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인것 같다.
이 책 전체에서 이 문장 하나는 괜찮았다 싶은구절 하나 꼽자면 이것,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일정을 짤때 굉장히 빡빡하게 짜는 편이다. 한 도시에서 하루 내지는 2일 보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일주일 휴가를 다녀오면 도시 3곳 ~ 5곳 정도를 옮겨다니게 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 중간에는 감정, 느낀점들을 되새김할 시간이 없다.
이동편 확인, 숙소 체크인하고 바로 이어지는 관광, 중간중간 헤프닝들 헤쳐나가다보면 여행중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귀국해서 여행을 뒤돌아 봤을때 비로소 제대로 알게되는 것 같다.
짧게는 사무실에 앉아서 사진들을 보면서 회상할때도 그렇고 시간이 한참지난뒤에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같이 옛날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모르게 나의 마음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여행을 발견하게 된다.
* 숙소를 계속 바쁘게 옮겨다니는건 첫 해외여행이였던 서유럽 호텔팩 패키지 때문이다.
가이드는 없었지만 여행사에서 예약해둔 숙소랑 교통편(항공 유레일 등)을 이용하는 상품으로 여느 서유럽 패키지처럼 날마다 이동하는 일정이였는데 이렇게 빠삐 여행하니 알찬느낌이였다.
** 숙소를 계속 옮겨다녀야하다보니 캐리어 보다는 늘 백팩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게 정말 좋다.
1. 계단이 많거나 아스팔트가 제대로 없는 동네 이동하기 정말 편리함
2. 수하물 없으니 공항 체크인도 빠르고 짐 찾는 시간도 필요 없다.(수하물 분실 우려가 없는건 덤)
3. 캐리어 없이 백팩만 메고 돌아다니니 기념품같은건 넣어올 공간도 없어서 안사게 됐다.
< 완독의 이유 2, 개인적이고 부분적인 여행의 경험 >
- 완벽한 여행은 없다.
또 좋았던 부분은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의 촬영 경험을 이야기한 부분, 한걸음 물러나서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여행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되는 것과 비슷한 것처럼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는 직접 출연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전체흐름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출연자마다 도시에서 각자 여행하는 장소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에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큰 그림은 촬영중에는 아무도 전체그림을 모는 것이다.
알쓸신잡처럼 여러명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한 도시를 온전히 여행하는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모든 계절을 볼 수 없고, 가보고 싶은 식당들도 포기해야한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요소에 따라 정말 다른 경험을 만드니 '하나뿐인 순간'이라는 점이는 것이 완벽한 여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여행이더라도 결국 완벽함은 있을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 재밌게도 알쓸신잡의 메인 PD도 1차 편집이 거쳐진 영상을 받아서 검토 편집하기에 알쓸신잡에서 촬영된 전체영상, 모든 여행을 볼 수 있는건 아무도 없다는 점이였다.
- 여행을 했다고 정확히 알게되는건 아니다.
이런 아쉬움은 여러 제약들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서 변한것들이 느껴질때도 생겨난다.
10년전 길에서 칭챙총 하며 놀리던 파리의 골목을 다시갔더니 종업원이 K-Pop 팬이라며 한국말도 하고, 돈아끼려고 차이나타운의 볶음밥을 사먹은 런던이였는데 이제는 미슐랭 식당을 예약해서 다시 갈 수 있다.
로밍도 비싸서 못해서 국제전화 카드사서 공중전화를 썼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로밍 하나로 마음이 참 편하다.
이렇게 변한것들을 느껴질때, 지금이 분명 훨씬 편리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의 불편함, 궁상들을 회상하면서 그리워하게 되는것은 시간이 흘러서 그런것도 있지만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해서 그런건 아닐까 싶다.
종종 오히려 여행을 다녀오고 잘못된 정보가 생기거나, 편견이 생기기도 하는데 같은 국가, 같은 도시,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나라는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건 일부분이기에.고약한 식당 사장님 만나거나, 유독 향신료가 강한 음식점을 갔다거나 하는 나의 경험이 정말 작은 부분임에도 그 여행지의 모든것을 대표하게 되는, 일반화하는것은 어쩔 수 없는일 같다.
- 누구와 함께하는지에 따라 다른 여행
여행도 영화감상처럼 누구와 함께했는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분명 이미 감독에 의해 편집까지 모두 끝난것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관객마다 느낌이 다를뿐아니라 영화 본 사람은 누군지, 어디에서 어느시간에 봤는지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느낌이 달라진다.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더라도, 같은 곳을 여러버 여행하더라도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없는건 환경도 변화고 나라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때문인것 같다.
특히 여행에서 가장 큰 이라는것은 동행자에 따라 많이 변한다. 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걷고 먹고 자고 쉬는것을 24시간 함께하기에 누구랑 같이 여행하는지에 따라 음식, 숙박장소 등 많은것이 변하기 때문.
- 혼자하는 여행
그래서 이런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여행을 즐겨보기 위해 나홀로 여행도 가본적이 있는데 북경과 후쿠오카, 그때마다 다시는 혼자여행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귀국했다.
특히 첫 홀로 여행이였던 북경여행은 가장 별로였던 여행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멋진것을 보고, 여유있게 쉬고, 맛있는것을 먹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로웠다. 특히 저녁식사하러 식당에 갔을때에는 말도 안통해서 뭘 주문했는지도 모르겠고 음식이 맛있으면 누군가랑 같이 먹고 싶었고 맛없으면 이 실패를 웃으며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럴사람이 없다는것은 내 삶에서 여행의 순간 순간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였다.
그런 이유에서 두번째 여행은 계획적인 외로움을 위해 다녀왔다. 31살 생일이 지나서 만나이로 30,
이립의 나이가 되니 내가 뭘하고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범하게 출근하기 싫어졌다. 휴가내고 어디론가 다녀오고 싶은데 관광지에서 놀고싶기보다는 감정의 바닥을 한번 치고 싶은 마음 그런 생각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서 가까운 후쿠오카로 혼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대충 아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차도 한대 렌트를 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통면서 차가 있으니 길을 헤멜것도 없는, 그런 여행이여서 하루 종일 운전하다가 피곤하면 잠깐 쉬었던 여행.
그저 오늘 컨디션대로 마음내킬만큼 운전해서 갈 수 있을만큼 가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해서 잠깐 잠깐 쉰곳들도 관광지는 아니여서 사진을 찍을만한곳도 없었고 관광객들은 더더욱 없고 한국말도 영어도 통하지 않는 곳들이였다. 덕분에 계획했던대로 지독히도 외로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외로운 여행에서 아무런 이벤트가 없던것은 아니다.
렌트를 반납하는데 업체 직원이 앞범퍼를 보여주며 여기가 긁혔다고 와서 보라고 할때에도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풀커퍼 인슈어런스만 두세번 이야기하니 그냥 가라고 했다.
친구랑 같다면 이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에피소드로 남았을텐데 당시에는 인상깊게 남지 않았다가 한참이 지난 요즘 포르투갈 렌트카를 예약하면서 문득 첫 렌트카 여행이였던 후쿠오카 생각이 났다.
나홀로 여행은 아주 외로운 여행이였고 남은 사진도 거의 없고, 꿉꿉하고 씁쓸한 느낌만 남은 여행이였다.
-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독서모임
혼자하는 여행의 외로움의 끝은 추억곱씹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것에 있는것 같다.
아 옛날에 우리 여행갔을때 그거랑 비슷한 상황이잖아?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옆에 있지는 않더라도 전화해서 이런일이 있었어, 여행갔을때처럼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기록되어있다는걸 누군가에게 확인할 수 있는게 필요한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내가 혼자하고 있는 여행은 독서, 책읽는것 뿐이다. 책은 영화보다도 독자가 스스로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더 많아서 그런지 같은 활자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느낀것들이 많이 달라서 일종의 여행같다.
내가 했던 경험이라는 안경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기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같은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알쓸신잡 처럼.
즉, 여행의 이유에 나온 카프카의 성처럼 같은 책이지만 모두 각기 다른 경험을 한다. 각자 여행담을 공유하는것 처럼 책을 읽고나서 생각을 비교해보면 재밌는 점이 많다.
< 완독의 이유 3, 알쓸신잡의 유산 >
알쓸신잡은 관심은 가지만 한번도 제대로 챙겨본적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서 본 짤막짤막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식당같은곳에서 기회될때 잠깐씩 본게 전부, 딱히 보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그냥 티비를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이여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찮게 출연자 중에 한명인 유현준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서 관심이 생겼다. 출연자로서 알쓸신잡의 가장 큰 매력은 편안히 화자임과 동시에 청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교수, 작가 등 특정분야에서 어느정도 사회에서 위치에 올라가게되면 화자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저자강연회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한 공간에 동일한 분야의 전문가가 여러명이라면 논쟁이 시작될 것이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해서 이야기할때는 화자가 되고 다른 분야에 라면 청자가 되는 이분법적인 상황인데 알쓸신잡에서는 전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화자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청자가 된다.
즉, 논쟁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것을 이야기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는 상황, 모두 동등하게 전문가로서 대우받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상황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특별한 경험이 되어 시청자 뿐만아니라 출연자들한테도 영향을 준것 같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책을 낸 유현준 교수의 책도 그렇고 김영하 작가의 이번 책도 그 프로그램의 영향을 책으로 옮겨 놓아 한번쯤 읽어보고 싶게 만든 매력을 가지게 된것 같다.
김영하의 문체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책을 사고, 끝까지 읽게된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재미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인것 같다.
이 책 전체에서 이 문장 하나는 괜찮았다 싶은구절 하나 꼽자면 이것,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일정을 짤때 굉장히 빡빡하게 짜는 편이다. 한 도시에서 하루 내지는 2일 보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일주일 휴가를 다녀오면 도시 3곳 ~ 5곳 정도를 옮겨다니게 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 중간에는 감정, 느낀점들을 되새김할 시간이 없다.
이동편 확인, 숙소 체크인하고 바로 이어지는 관광, 중간중간 헤프닝들 헤쳐나가다보면 여행중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귀국해서 여행을 뒤돌아 봤을때 비로소 제대로 알게되는 것 같다.
짧게는 사무실에 앉아서 사진들을 보면서 회상할때도 그렇고 시간이 한참지난뒤에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같이 옛날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모르게 나의 마음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여행을 발견하게 된다.
* 숙소를 계속 바쁘게 옮겨다니는건 첫 해외여행이였던 서유럽 호텔팩 패키지 때문이다.
가이드는 없었지만 여행사에서 예약해둔 숙소랑 교통편(항공 유레일 등)을 이용하는 상품으로 여느 서유럽 패키지처럼 날마다 이동하는 일정이였는데 이렇게 빠삐 여행하니 알찬느낌이였다.
** 숙소를 계속 옮겨다녀야하다보니 캐리어 보다는 늘 백팩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게 정말 좋다.
1. 계단이 많거나 아스팔트가 제대로 없는 동네 이동하기 정말 편리함
2. 수하물 없으니 공항 체크인도 빠르고 짐 찾는 시간도 필요 없다.(수하물 분실 우려가 없는건 덤)
3. 캐리어 없이 백팩만 메고 돌아다니니 기념품같은건 넣어올 공간도 없어서 안사게 됐다.
< 완독의 이유 2, 개인적이고 부분적인 여행의 경험 >
- 완벽한 여행은 없다.
또 좋았던 부분은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의 촬영 경험을 이야기한 부분, 한걸음 물러나서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여행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되는 것과 비슷한 것처럼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는 직접 출연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전체흐름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출연자마다 도시에서 각자 여행하는 장소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에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큰 그림은 촬영중에는 아무도 전체그림을 모는 것이다.
알쓸신잡처럼 여러명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한 도시를 온전히 여행하는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모든 계절을 볼 수 없고, 가보고 싶은 식당들도 포기해야한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요소에 따라 정말 다른 경험을 만드니 '하나뿐인 순간'이라는 점이는 것이 완벽한 여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여행이더라도 결국 완벽함은 있을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 재밌게도 알쓸신잡의 메인 PD도 1차 편집이 거쳐진 영상을 받아서 검토 편집하기에 알쓸신잡에서 촬영된 전체영상, 모든 여행을 볼 수 있는건 아무도 없다는 점이였다.
- 여행을 했다고 정확히 알게되는건 아니다.
이런 아쉬움은 여러 제약들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서 변한것들이 느껴질때도 생겨난다.
10년전 길에서 칭챙총 하며 놀리던 파리의 골목을 다시갔더니 종업원이 K-Pop 팬이라며 한국말도 하고, 돈아끼려고 차이나타운의 볶음밥을 사먹은 런던이였는데 이제는 미슐랭 식당을 예약해서 다시 갈 수 있다.
로밍도 비싸서 못해서 국제전화 카드사서 공중전화를 썼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로밍 하나로 마음이 참 편하다.
이렇게 변한것들을 느껴질때, 지금이 분명 훨씬 편리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의 불편함, 궁상들을 회상하면서 그리워하게 되는것은 시간이 흘러서 그런것도 있지만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해서 그런건 아닐까 싶다.
종종 오히려 여행을 다녀오고 잘못된 정보가 생기거나, 편견이 생기기도 하는데 같은 국가, 같은 도시,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나라는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건 일부분이기에.고약한 식당 사장님 만나거나, 유독 향신료가 강한 음식점을 갔다거나 하는 나의 경험이 정말 작은 부분임에도 그 여행지의 모든것을 대표하게 되는, 일반화하는것은 어쩔 수 없는일 같다.
- 누구와 함께하는지에 따라 다른 여행
여행도 영화감상처럼 누구와 함께했는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분명 이미 감독에 의해 편집까지 모두 끝난것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관객마다 느낌이 다를뿐아니라 영화 본 사람은 누군지, 어디에서 어느시간에 봤는지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느낌이 달라진다.
같은 영화를 여러번 보더라도, 같은 곳을 여러버 여행하더라도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없는건 환경도 변화고 나라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때문인것 같다.
특히 여행에서 가장 큰 이라는것은 동행자에 따라 많이 변한다. 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걷고 먹고 자고 쉬는것을 24시간 함께하기에 누구랑 같이 여행하는지에 따라 음식, 숙박장소 등 많은것이 변하기 때문.
- 혼자하는 여행
그래서 이런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여행을 즐겨보기 위해 나홀로 여행도 가본적이 있는데 북경과 후쿠오카, 그때마다 다시는 혼자여행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귀국했다.
특히 첫 홀로 여행이였던 북경여행은 가장 별로였던 여행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멋진것을 보고, 여유있게 쉬고, 맛있는것을 먹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로웠다. 특히 저녁식사하러 식당에 갔을때에는 말도 안통해서 뭘 주문했는지도 모르겠고 음식이 맛있으면 누군가랑 같이 먹고 싶었고 맛없으면 이 실패를 웃으며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럴사람이 없다는것은 내 삶에서 여행의 순간 순간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였다.
그런 이유에서 두번째 여행은 계획적인 외로움을 위해 다녀왔다. 31살 생일이 지나서 만나이로 30,
이립의 나이가 되니 내가 뭘하고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범하게 출근하기 싫어졌다. 휴가내고 어디론가 다녀오고 싶은데 관광지에서 놀고싶기보다는 감정의 바닥을 한번 치고 싶은 마음 그런 생각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서 가까운 후쿠오카로 혼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대충 아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차도 한대 렌트를 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통면서 차가 있으니 길을 헤멜것도 없는, 그런 여행이여서 하루 종일 운전하다가 피곤하면 잠깐 쉬었던 여행.
그저 오늘 컨디션대로 마음내킬만큼 운전해서 갈 수 있을만큼 가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해서 잠깐 잠깐 쉰곳들도 관광지는 아니여서 사진을 찍을만한곳도 없었고 관광객들은 더더욱 없고 한국말도 영어도 통하지 않는 곳들이였다. 덕분에 계획했던대로 지독히도 외로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외로운 여행에서 아무런 이벤트가 없던것은 아니다.
렌트를 반납하는데 업체 직원이 앞범퍼를 보여주며 여기가 긁혔다고 와서 보라고 할때에도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풀커퍼 인슈어런스만 두세번 이야기하니 그냥 가라고 했다.
친구랑 같다면 이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에피소드로 남았을텐데 당시에는 인상깊게 남지 않았다가 한참이 지난 요즘 포르투갈 렌트카를 예약하면서 문득 첫 렌트카 여행이였던 후쿠오카 생각이 났다.
나홀로 여행은 아주 외로운 여행이였고 남은 사진도 거의 없고, 꿉꿉하고 씁쓸한 느낌만 남은 여행이였다.
-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독서모임
혼자하는 여행의 외로움의 끝은 추억곱씹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것에 있는것 같다.
아 옛날에 우리 여행갔을때 그거랑 비슷한 상황이잖아?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옆에 있지는 않더라도 전화해서 이런일이 있었어, 여행갔을때처럼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기록되어있다는걸 누군가에게 확인할 수 있는게 필요한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내가 혼자하고 있는 여행은 독서, 책읽는것 뿐이다. 책은 영화보다도 독자가 스스로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더 많아서 그런지 같은 활자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느낀것들이 많이 달라서 일종의 여행같다.
내가 했던 경험이라는 안경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기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같은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알쓸신잡 처럼.
즉, 여행의 이유에 나온 카프카의 성처럼 같은 책이지만 모두 각기 다른 경험을 한다. 각자 여행담을 공유하는것 처럼 책을 읽고나서 생각을 비교해보면 재밌는 점이 많다.
< 완독의 이유 3, 알쓸신잡의 유산 >
알쓸신잡은 관심은 가지만 한번도 제대로 챙겨본적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서 본 짤막짤막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식당같은곳에서 기회될때 잠깐씩 본게 전부, 딱히 보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그냥 티비를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이여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찮게 출연자 중에 한명인 유현준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서 관심이 생겼다. 출연자로서 알쓸신잡의 가장 큰 매력은 편안히 화자임과 동시에 청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교수, 작가 등 특정분야에서 어느정도 사회에서 위치에 올라가게되면 화자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저자강연회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한 공간에 동일한 분야의 전문가가 여러명이라면 논쟁이 시작될 것이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해서 이야기할때는 화자가 되고 다른 분야에 라면 청자가 되는 이분법적인 상황인데 알쓸신잡에서는 전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화자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청자가 된다.
즉, 논쟁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것을 이야기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는 상황, 모두 동등하게 전문가로서 대우받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상황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특별한 경험이 되어 시청자 뿐만아니라 출연자들한테도 영향을 준것 같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책을 낸 유현준 교수의 책도 그렇고 김영하 작가의 이번 책도 그 프로그램의 영향을 책으로 옮겨 놓아 한번쯤 읽어보고 싶게 만든 매력을 가지게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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