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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세상

190116 해봅시다 칭찬, 생일 축하하기

- 과장님, 사실 실수였어요

한달이 조금 안된 작년 12월 회사 알림판 같은곳에 친한 과장님 한분이 생일이라고 적혀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회사 메신저로 축하드린다고 바로 연락 드렸습니다.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오!! 오늘 생일이세요? 날도 많이 안추운데 퇴근하시고 어디가셔요?' 뭐 이런 느낌으로요.

몇마디 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친한분이 아닌 이름이 비슷한 다른 과장에게 축하드린것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친한건 백종원 과장님였는데 안면도 없던 백종연 과장님께 생일 축하드린 것 같은 상황이였습니다.

그분 입장에서 보면 몇년 동안 회사다니면서 목례만 하던 사이였던 옆팀의 후배로부터 뜬금없이 온갖 반가운척하며 축하인사를 받은 상황이였습니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엄청 낯뜨거워지면서 혹시 큰 실수를 한건 없는지 대화를 천천히 읽어봤는데 다행히 대화내용만으로는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걸 느낄만한 부분은 없어서 무사히 대화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 회사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축하 한마디

헌데 다음날부터 과장님과의 관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우연찮게 로비에서 백종연 과장님을 만났는데 엄청 살갑게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전날의 실수는 저혼자 알고있으니 살짝 무안하긴 했지만 인사를 했습니다.

평소에 회사에서 엄청나게 싹싹한 성격은 아닙니다. 어느정도 친해졌다고 생각이 들기 이전에는 먼저 나서서 말을 걸거나 안부를 묻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억지로 넉살이 좋은척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백종연 과장님이라는 분은 같이 업무하는 사람들마다 상대하기 힘든분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더 어렵고 거리감있던 분이였습니다. 때문에 생일 축하드린 이후 엘리베이터에서나 사무실에서 반갑게 말걸고 인사하게 된건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그렇게 지난달 백과장님과의 사건이후 생일인 사람들한테 살짝 오바다 싶은 느낌으로 축하 연락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만 제 성격에는 꽤나 수고로운 노력이였습니다.

- 팀장 반드시 축하해줘야한다. 반드시 꼭!

이렇게 생일이라는 핑계가 생겼을때 아주 살짝 오바해서 축하인하는것은 참 효과가 좋았습니다. 축하받는 사람도 생각보다 더 좋아했고 무적인 연락이 아니여서 그런지 상급자에게도 편히 말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좀 또라이 같은 상사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한마디 하는것은 입밖으로 나오기까지가 좀 힘들었는데 예상밖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심리학은 잘 모르지만 상급자에게 하는 칭찬 한마디는 묘하게도 나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것 같습니다.

생일축하라는게 일종의 칭찬이라서 그런지 분명 상급자에게 하는말인데 내가 이 관계에서 벗어나서 잠시나마 위에 올라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상사에게하는 칭찬을 통해 상하관계를 평탄하게 만들고 상대의 꼰대력을 좀 누그러트린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유명한 책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이 제목을 다시 보면 칭찬을 이용해 고래에게 춤이라는 행위를 지시하게 만든것입니다. 원제 'Praises can make even a whale dance' 이 문장에도 문법 공부할때 열심히 배웠던 사역동사 'make'가 보이쥬?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생각할수록 하급자가 회사내의 상하관계를 역전할 수 있는 몇안되는 방법중에 하나가 칭찬인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는 피라미드처럼 관계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바꾸는게 쉽지않으니 상급자의 생일이라는 기회는 꼭 놓치지 말고 칭찬해주어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게 중요합니다.

- 생일, 뜬금없이 칭찬 할 수 있는 기회

평소에 연락을 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말을 걸만한 일이 명절이나 새해인사 정도인데 생일이 참 좋은 기회인것 같습니다. 특히 명절이야 모두 같은날 쉬기 때문에 여기저기 연락드려야하지만 생일 축하해주는것은 하루에 몇명없으니 크게 부담되지도 않습니다.

비단 회사사람들 뿐만아니라 소원하던 친구사이도 생일은 안부묻기 좋은 핑계니 시험삼아 한번 오바해서 축하해주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요즘은 카톡이 친구 생일도 알려주니까 일일이 챙길 필요없이 간단한 일이니까요.